영감 톡 소비일기
'홧김비용'부터 '쓸쓸비용'까지,
감정 소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까?”, “나는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돈을 쓸까?” 어쩌면 우리 모두 한 번쯤 해보았던 고민일 텐데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고 공유하는 ‘스트레스컴퍼니’의 이남희 대표를 만나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PART 01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트레스컴퍼니 이남희 대표입니다. 저는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스트레스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감정카드, 분노캔들 등 스트레스를 즐겁게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감정과 소비를 동시에 관리하는 시스템 노트인 ‘이렇게 잘 쓰려고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번 겁니다’라는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홧김비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홧김에 소비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돈을 쓰게 되는 걸까요?
일종의 보상심리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풀어내야 하는데 그 방법의 하나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소비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홧김비용’ 소비의 경우,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내가 오늘 매운 떡볶이를 먹어서 해소될 수 있는 스트레스라면, 먹어서 해소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라는 것이 그렇게 한 번에 딱 사라지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일상이나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라면, 떡볶이 한 번 먹는 것으로는 더는 해결이 되지 않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럼 풀린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끊임없이 먹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강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될 수도 있겠죠.
‘홧김비용’ 외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쓰는 ‘쓸쓸비용’도 있다고 해요. 이러한 감정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좌절될 때 생겨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 일이 안되어도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건 그것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의미거든요.
그렇다면 매운 걸 먹고 나쁜 기분만 잊어버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왜 중요한지 이유를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내가 편안해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홧김비용의 고리를 끊고 싶다면,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 해요. “나는 왜 화가 났을까?”, “나를 화나게 했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내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묻는 거죠. 이 답은 본인만이 알고 있거든요.
감정이 폭발하는 당시에는 알 수 없지만,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서 감정의 원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쓸쓸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무언가를 사고 나면, 당시에는 기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획득한 기쁨은 금방 사라져버려요.
그러면 다시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사들여야 그 감정이 지속될 테지만, 비어버린 통장 잔고를 보면 더욱더 마음이 쓸쓸해질 수 있겠죠.
즉, 감정은 무작정 억누르거나 터뜨린다고 해서, 그리고 소비를 한다고 해서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그 감정 밑에 숨어있는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그 욕구를 채워줘야만 감정이 해소될 수 있고 결국 감정소비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PART 02
‘여기에는 돈을 써도 안 아깝다’고 느끼는 소비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책을 참 많이 샀어요.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언젠가는 읽겠지 싶어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작년에 이사하면서 책장 정리를 하는데, 대학생 때 샀던 책인데 아직도 읽지 않고 꽂혀만 있던 책들이 꽤 많은 거예요. 그때 알았죠. 한번 안 읽으면 20년이 지나도 안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그때 꽤 많은 책을 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책은 종종 삽니다. 여전히 언젠가는 읽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실까요?
자신만의 기준을 갖기까지 어떤 노력이나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선택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커피숍에 가면 어떤 커피를 마실지 한참을 고민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셔”라고 말하는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어요.
가만히 ‘왜 나는 이렇게 선택이 어려울까?’하고 생각을 해보니까, 항상 똑같은 걸 마시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또 이상한 걸 마시고 후회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쉽사리 결정을 못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그냥 하나씩 마셔보기로 했어요. 그 커피가 맘에 들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해서 좋은 거고,
마음에 안 든다면 ‘이건 내 취향이 아니구나’하고 다음엔 다른 커피를 마시는 거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내가 왜 화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참 많아요.
그런데 그건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나도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결국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나만의 기준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올해에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돈 관리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의 감정이라는 것이 분명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그 감정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거예요.
내가 화가 난다면 “아,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하고 그럴 수 있다고 마음을 토닥여주는 거죠.
예를 들어서 직장 상사가 나한테 막말을 해서 화라는 감정이 올라왔다면,
“상사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서 올라오는 분노와 나도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인정욕구가 화라는 감정으로 올라온 거구나”하고 그럴 수 있다고 그 감정을 인정해주세요.
“왜 나는 그때 아무 말도 못 하고 참고 있었나”하고 자책을 하거나,
“뭐 이 정도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그래?”하고 나의 감정 자체를 무시하게 되면,
그 감정은 마음 어딘가에 콕 박혀서 숨어 있다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쑥 튀어나와서 나를 당황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감정은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는답니다.
가끔 대표님은 이제 스트레스 안 받으시나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저는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그러나 예전에는 그 스트레스를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풀거나 돈을 써서 풀고 후회했었다면,
지금은 그 감정의 원인을 찾고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인정하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노력해나가는 것이 제일 멋진 일 아닐까 싶습니다.
이남희대표
심리학을 공부하는 디자이너이자 스트레스컴퍼니 대표.
2013년 스트레스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50여 종이 넘는 상품을 기획/제작하였고,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강의를 통해 만나왔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생산자로 살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주요 저서이렇게 잘 쓰려고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번 겁니다, 감정 다이어리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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