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소비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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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돈을 모으지만, 뚜렷한 목표가 없어 불안한 ‘막뚱’님의 사연입니다.
이 달의 의뢰인 ‘막뚱’
2년 차 사회초년생입니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는 되도록 하지 않고 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뚜렷한 목표 없이 모으기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특히 요즘 많은 이들이 주식투자를 해 이익을 얻는 걸 보니, 소비만 줄이려 아등바등하는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남들 따라 들어간 주식 판에서 손해만 본 탓에 속상하기도 하고요. 물론 저축이 재테크의 출발이긴 하지만, 그 다음 단계를 위한 목표나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고 방황하는 느낌이라 어떻게 배우며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월급은 200만 원 초중반 대이고요. 주택청약 10만 원, 적금 80만 원, 생활비로 80만 원 정도 쓰고 있습니다.
생활비 중 통신비, 관리비, 도시가스,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식비입니다. 당분간은 결혼이나 주택마련 같이 큰 자금이 필요한 계획은 없습니다. 묵묵히 돈을 모으는 것 말고 나에 대한 투자도 하고 싶은데, 학생 때부터 가성비만 추구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마음먹기가 참 어렵습니다.
소비멘토
안녕하세요, 막뚱님. 용기를 내어 사연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표가 없어 불안한 막뚱님께 드리고 싶은 말을 다음 3가지로 정리해보았어요.
5명이 벌었다면 5명은 잃었다
10년 후 삶을 상상해보자
나를 알아가는 연습
그럼 시작해볼까요?
5명이 벌었다면 5명은 잃었다
요즘 보내주시는 사연을 보면 많은 분들이 주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바보가 된 것 같고,
또 주식으로 쏠쏠하게 돈을 벌었다는 지인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에만 60만 원을 벌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이라도 주식 계좌를 개설해야 할 것 같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돈을 벌었다는 친구의 수익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주식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이득이에요.
그리고 내가 주식으로 이득을 보았다는 건, 누군가 나의 주식을 원래의 가치보다 비싸게 샀다는 의미입니다. 5명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면, 똑같이 5명은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돈을 잃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주위에 떠벌릴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만 있지 손해를 본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무엇으로 돈을 벌었다더라’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여서 더욱 일파만파 퍼지기도 쉽지요.
key point
실제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30대 중후반인 분들의 재정 상황을 살펴보면, 3명 중 1명은 과거 매입했다가 팔지 못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보통 그 주식들은 매입한 시점에 비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그만큼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어 팔지도 못하는 애물단지였습니다. 물론 주식투자 자체가 문제란 뜻은 아니에요. 다만, 크게 흥미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는데 남들이 한다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예요. ‘막뚱’님도 조바심으로 들어간 주식시장에서 결국 손실을 보았다 하셨으니 제일 잘 아시겠지요.
그런데 사연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도대체 ‘막뚱’님은 왜 주식투자를 했을까 말이에요. 예컨대 ‘집을 사고 싶다’, ‘명품가방을 하나 갖고 싶다’ 등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그 수단의 일환으로 주식을 이용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막뚱’님은 그다지 떠오르는 목표도 없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없는데 왜 주식으로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려 한 걸까요? 딱히 목표가 없는데도 더 돈을 벌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10년 후 삶을 상상해보자
어쩌면 저는 ‘막뚱’님이 그런 목표가 없었기에 더욱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 재테크에 성공하는 것에 매달리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되고 싶은 게 없을 때 일단 공부라도 잘 해놔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그 조급한 마음이야말로 재테크의 가장 큰 적이 된다는 게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막뚱’님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10년 후 ‘막뚱’님의 이상적인 하루에 대해서 드라마를 써 보는 거예요. ‘막뚱’님은 어디에서 잠을 깼나요?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요? 아침에는 무엇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으신가요? 조금은 유치하고, 말이 안 되어도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막뚱’님이 생각하는 아주 이상적인 하루를 설계해보세요. 그리고 오늘과 그 하루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무엇부터 채워나가야 할지 적어보세요. 그러다보면 ‘막뚱’님이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그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
예시 ‘10년 후 OO의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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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혼자 살게 된 뒤, 직장과 집이 가까워 금세 자가용을 타고 출근을 했다. 지금의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연봉이 5000으로 올랐다. 마케팅 쪽으로 직무를 바꾸니 더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
점심 | 동료들과 즐겁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남는 시간에는 일찍 들어와 요즘 관심 있는 책을 읽었다. |
저녁 | 조금 일찍 퇴근해 가까이에 사는 애인을 만났다. 저녁을 같이 먹고 강아지를 산책시켰다. 집에 들어와서는 얼마 전 신청해 둔 온라인 취미 수업을 들었다. 혼자서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이 참 좋다. |
이렇게 목표가 정해졌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액을 대략적으로 정해보세요. 그리고 그 목표 금액을 10년X12개월인 120개월로 나눠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10년 후에는 세단 하나와 작은 집의 전세 보증금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러면 세단의 가격과 전세 보증금 가격을 알아보고 내게 적정한 수준으로 목표 금액을 정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목표 금액을 120개월로 나눠보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장 얼마를 준비해야 할지가 뚜렷해져요.
예시 ‘재무목표 및 금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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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목표 | 금액 | 남은 기간 | 월 필요 저축액 |
세단 | 30,000,000원 | 120개월 | 250,000 |
전세 보증금 | 150,000,000원 | 120개월 | 1,250,000 |
합계 | 1,500,000 |
위 예시에서는 세단을 위해 약 25만 원, 보증금을 위해 약 125만 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약 150만 원이 필요하단 거지요. 그러면 이 필요 저축액의 합계를 지금 내가 저축하고 있는 금액과 비교해 보는 거예요. 만약 ‘막뚱’님이 100만 원을 저축하고 있는데, 150만 원이 필요하다면 어떨까요? 바로 그때에서야 비로소 ‘막뚱’님은 이 부족한 50만 원을 채우기 위해 어떤 투자방법이 가장 적합할지 고민하고 선택해 나갈 수 있는 거예요.
나를 알아가는 연습
사실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는 것도, 내게 맞는 재무목표를 선정하고 금액을 결정하는 것도 어느 하나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는 ‘막뚱’님에게 가계부 쓰기를 권하고 싶어요. 아마 ‘막뚱’님은 이미 지출을 잘 통제하고 계시기에 가계부 쓰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셨을텐데요. 하지만, 제가 가계부 쓰기를 권하는 이유는 더 아끼고,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막뚱’님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하는지 알아가기 위함이에요.
key point
경험해보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나는 이런 걸 원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것을 얻고 나니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던 적이 있지 않나요?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들고, 나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내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는 ‘막뚱’님이 자신을 가장 잘 찾아 나갈 수 있는 연습장이 되어줄 거예요.
지금부터는 가계부를 쓰면서 ‘가성비를 따져야 해’,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써야 해’라는 내면의 룰을 잠시 내려놓고 ‘막뚱’님이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들에 돈을 투자해보세요. 나는 어떤 게 중요한 사람인지 이곳저곳에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나가는 돈이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막뚱’님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데 발판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가성비 좋은 투자이기도 합니다. ‘막뚱’님이 원하는 게 분명해질수록, 마음속 불안감은 줄어들 거라 확신해요. ‘막뚱’님의 돈 관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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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멘토가 매월 한 분의 사연을 선정해, 속 시원한 답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