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하지

돈을 쓸수록 마음은 왜 공허해질까

자동차 회사의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는 한 남자. 돈벌이도 괜찮고, 일도 이만하면 힘들지 않은데도 그는 늘 지친 표정입니다. 그가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는 온통 고급스러운 가구와 식기로 가득 차 있죠. 여백 없이 꽉 차 있는 공간에도 그는 신상 가구를 놓을 공간이 있을까 궁리하며 매일같이 이케아의 카탈로그를 뒤적거립니다. 이렇게도 완벽한 집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찾아온 건, 괴롭기 그지없는 불면증. 나날이 극심해져 가는 증상에 병원을 찾아가 보지만, 의사는 그의 증상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야채를 많이 먹고 운동을 더 하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소리치는 그에게, 의사는 한마디 말을 던집니다. “고통스럽다고요? 매주 화요일, 교회에 모이는 고환암 환자들을 보면 그런 말 못 할 거요.”

집 안은 온통 명품인데, 공허함에 허덕이는 남자

영화 <파이트 클럽> 속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이 고독한 남자는 문득 건넨 의사에 한 마디에 교회에서 열리는 고환암 환자의 모임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없는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환자들을 마주하죠. 병을 이유로 이혼을 당하고, 호르몬 치료로 인해 날마다 비대해져 가는 가슴에 남성성을 잃어간다는 말을 늘어놓으며 목놓아 우는 환자들. 눈물 젖은 표정으로 서로를 안아주는 그들의 품에서, 남자는 말 못할 묘한 위안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 그는 온갖 암 환자의 모임을 찾아가며 함께 울며 가슴 속 깊은 권태로부터 차츰 해방을 느끼기 시작하고, 다시금 평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어느 날 출장길, 그는 인생 통틀어 처음 보는 유형의 남자 ‘타일러 더든’을 만납니다. 잘생긴 외모와 거친 언행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 타일러는 짧은 대화와 함께 명함을 남기고 사라지지만, 출장길에서 돌아온 남자는 자신의 집이 폭발 사고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문득 떠오른 타일러에게 전화를 겁니다. 타일러가 자신의 집이라며 그를 안내한 곳은 공장지대에 버려진 한 폐가. 수도꼭지를 돌리면 녹물이 나오고, 힘을 살짝만 가해도 온갖 곳에서 콘크리트가 부서져 나가지만 정작 타일러는 늘 당당하고 활력 있는 태도로 마주치는 사람들을 모두 압도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굴레 속에 빠져 점점 무기력해져 가던 남자는, 진정한 자유를 느끼려면 모든 걸 다 잃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타일러와 함께 생활하며 조금씩 가슴 속 깊은 곳에 잠재웠던 자아를 일깨워갑니다. 휘황찬란한 가구가 들어찬 집이 아닌, 무소유에 가까운 폐허에서 말이죠.

자본주의 사회, 소비할수록 마음은 왜 가난해질까?

영화 속 이 외로운 남자처럼, 살기 위해서 버는 게 아닌 무언가 사기 위해 돈을 버는 인생은 갈수록 공허해집니다.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결핍을 채우기 위한 소비를 거듭할수록, 진정 내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필 겨를이 없기 때문이죠. 정작 소비가 아무런 소득이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정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또 무언가를 사면서 악순환의 굴레는 계속됩니다. 바른 소비를 통해 건강한 삶을 꾸리고 싶다면, 돈을 쓰기 전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소비의 본질을 골똘히 생각하며 지갑을 여는 습관을 들일수록, 돈을 써 공허해지는 시무룩한 기분은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나는 이 물건을
왜 사야 할까?

우리가 돈을 쓰는 가장 최우선의 이유는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입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꼭 구매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자본주의는 돈을 써야만 지속되는 사회 체제입니다. 돈을 쓰라고 부추기는 미디어의 홍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돈을 쓰기란 참 쉬운 일입니다. 소비하기 전, 나는 이 물건을 왜 사야 하는지 지출의 근본적인 목적을 떠올려보세요. ‘비슷한 것을 구매하고 후회한 적은 없나?’, ‘지금 나에게 꼭 필요 한 건가?’ 등 사려는 물건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덧 답은 나와 있을 것입니다. 이게 나를 위한 ‘진짜’ 소비인지, 현혹이 빚어낸 ‘가짜’ 소비인지를요.

이 소비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온라인 스토어의 장바구니, 혹은 머지않아 구매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 살펴봅시다. 한 물건마다 동그라미를 그려 가지를 치고, 그것을 구매함으로써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차례차례 적어보세요. 일명,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한 나만의 마인드맵을 만드는 것입니다. 소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큰 가치를 파랗게, 잃을 가치를 빨갛게 색을 달리 적어도 좋아요. 조금 더 값진 는 나를 만들 수 있는 소비라 여겨져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더 좋은 소비로 대체할 수 없는지도 한번 살펴봅시다. 막연한 소비를 지속하기보다,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시각화해보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명확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행복, 돈을 쓰지 않고
얻을 수 없을까?

무언가 공허한 마음이 들어 계속 돈을 쓰게 된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두세요. 소비는 행복과 직결될 수 없습니다. 돈을 쓴다고 곧장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않아요.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이고, 잠시나마 잃었던 자존감을 얻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의미 없는 소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습니다. 채워진 듯한 감정은 잠시뿐, 마음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닌 나 자신입니다. 헛되이 돈을 쓰는 습관은 과감히 버리고,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참된 가치에 눈을 돌려보세요. 좋은 음악, 좋은 공간, 좋은 시간, 좋은 사람. 큰 돈을 쓰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좇다 보면, 어느새 충만해진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반하다, 비밀 조직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의 야성적인 매력의 남자, 타일러는 자본주의 사회 속 길을 잃은 사람들을 모아 ‘파이트 클럽’이라는 비밀 모임을 결성하고 이들에게 말합니다. “우린 목적을 상실한 역사의 고아다. 2차 대전도, 공황도 겪지 않았지만 대신 정신적 공황에 고통받고 있다.” 이 말에 동조하며 모인 회원들은 타일러가 세운 규칙 아래, 서로 합의 하에 싸움을 갖는 다소 괴상한 운동을 벌이는데요. 과연 타일러는 누구이며, 이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 속 정신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면, ‘파이터 클럽’의 움직임을 좇아보세요. 이들처럼 무언가 달리 살 방법을 찾을지, 아닐지는 온전히 여러분 선택의 몫이니까요.

지금 죽는다 치고, 네 삶을 한번 평가해봐.

영화파이트 클럽은?

  • 개 요

    액션, 드라마 | 미국, 독일 | 139분 | 1999.11.13 개봉

  • 출 연

    브래드 피트 (테일러 더든), 에드워드 노튼 (나레이터)

  • 등 급

    청소년 관람 불가

비싼 가구들로 집 안을 채우지만, 삶에 강한 공허감을 느끼는 한 남자. 그는 테일러와의 만남으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파이트 클럽’이라는 조직을 결성하는데..

*영화 사진 출처 : 20th Century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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