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소비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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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으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풋살'님의 사연입니다.
이 달의 의뢰인 ‘풋살’
버는 낙과 쓰는 낙 사이에서 고민 중인 30대 초반 남성입니다. 제 수입과 지출을 살펴보자면, 일단 한 달 급여는 210만 원 정도 됩니다. 또 명절과 여름 휴가비로 연 세 번씩 30만 원을 받고요. 또 연말에는 상여금 100~200만 원이 들어옵니다. 월급 중 100만 원은 매달 저축, 그 외 비정기적인 상여금은 싹 다 쓰고 싶은 대로 씁니다. 이렇게 정기 저축만으로 6천만 원을 모았고요. 이중 전세금으로 4천만 원이 묶여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습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의 절반을 통장에 넣어둘 때면, 왠지 모를 묘한 마음이 들거든요. 일한 시간을 보상받지 못한다는 설움이랄까요? 그래서 묶여있지 않은 돈을 활용해볼까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주식이나 창업, 재테크에 관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았죠.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를 보고 있자면, 이걸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곧 단념했습니다.
사실 저는 집을 사고 싶은 마음도, 차를 사고 싶은 마음도, 결혼 준비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돈을 모아야 할 간절한 목표가 없는 셈이죠. 남들에게는 당연한 집과 차, 그리고 가정. 하지만 저는 그런 꿈을 그리다 보면, 이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더 모아야 하나, 정말 이룰 순 있으려나 하는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돈을 모으고, 막상 돈을 모으고 나니 현재의 행복에 충실한 사람이 부러운 저. 하지만 상여금을 쓸 때조차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드는 저. 계속 이대로 돈을 모으기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소비멘토
안녕하세요, ‘풋살’님. 반갑습니다. 용기를 내서 사연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풋살’님의 고민을 읽으면서 그동안 많이 혼란스러우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돈을 모으자니 이런 부분이 걸리고, 또 쓰자니 저런 부분이 걸리셨던 거지요.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양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들을 정리할 수 있을 때 또 다음 발을 힘차게 내딛을 수 있겠죠. ‘풋살’님이 적어주신 고민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으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사실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다
그렇다고 돈을 쓰자니 죄책감이 든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고통은 변화를 위한 신호
먼저 ‘풋살’님의 수입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한 달 급여로 받는 210만 원을 일 년으로 계산하면 2,520만 원이 됩니다. 거기에 명절과 휴가 상여금, 연말 상여금을 더하면 ‘풋살’님의 연 수입은 2,760만 원이네요. 이를 한 달로 다시 환산하면 ‘풋살’님의 월 평균 수입은 230만 원이며, 그중 100만 원을 저축하고 130만 원을 지출한다고 파악됩니다. 4천만 원을 전세금으로 사용한다고 하셨으니, ‘풋살’님은 자취를 하고 계시겠네요.
월급 | 2,520만 원 | 연 수입 2,760만 원 |
---|---|---|
명절, 휴가 상여금 | 90만 원 | |
연말 상여금 | 150만 원(평균 치) |
자취를 하는 상황에서 130만 원을 생활비로 사용한다면 ‘풋살’님이 크게 사치를 하거나 허투루 돈을 사용하는 분은 아니라는 게 짐작됩니다. 더해서, 저축 금액와 자산으로 볼 때 ‘풋살’님은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셨을 것 같은데 맞을까요? 5년이면 열심히, 착실히 사는 것도 점점 지치기 마련이죠.
key point
‘일한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는 설움’을 느끼신다면, 지금의 생활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변화를 시도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풋살’님의 하루하루가 좀 더 만족스러워질까요? 현재의 행복에 충실한 사람이 부럽다면 ‘풋살’님도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
나의 행복을 허락하기
하지만 무작정 그런 시도를 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풋살’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상여금을 쓸 때조차 느껴지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풋살’님을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돈을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 이미 ‘풋살’님이 그렇게 하셨겠지요. 무언가가 어렵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풋살’님은 왜 돈을 쓸 때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요? ‘풋살’님이 번 돈을 ‘풋살’님을 위해 쓰는 게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일일까요? 돈을 어떻게 쓰면 ‘옳고’, 또 어떻게 쓰면 ‘틀린’ 걸까요?
결국에 돈은 돈일 뿐입니다. 돈에 부여한 과도한 의미를 털어내고, 조금 가벼워져 보는 건 어떨까요? 돈을 모으는 게 이익이라 생각하면 모으면 됩니다. 쓰는 게 더 낫겠다 싶으면 쓰면 되는 거고요.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으면,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실험을 해보아도 좋습니다. 이건 ‘옳고’ 저건 ‘틀리다’는 판단을 접어두고, ‘풋살’님의 마음에 조금 더 솔직해져 보세요. ‘풋살’님은 자신의 돈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써 볼 수 있는 자격과 권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행복을 누리기를 허락하세요.
key point
어떻게 돈을 써야 할지 헷갈리거나 지출금액을 늘리는 게 꺼려진다면 일단 ‘풋살’님이 쓰고 있는 돈부터 관찰해보세요. ‘풋살’님이 쓴 돈을 쭉 써보고 만족스러운 지출들에 형광펜으로 표시해보세요. 이 지출은 왜 좋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몇 번만 해보아도 ‘풋살’님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시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방향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
지금까지의 연습들을 통해 ‘풋살’님의 호불호, 가치관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내가 왜 돈을 모으는지를 정리해보는 거예요. 이를 재무목표 세우기라고 부르는데요. 사실 목표도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저축만 한다면 힘든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막연하게 재무목표를 정하라고 한다면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먼저, ‘풋살’님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기준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각각의 목표들에 필요한 금액은 얼마일지도 같이 정리해보세요. 아래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카테고리 예시들입니다.
해야 하는 일 | 하고 싶은 일 |
---|---|
거주 환경 안정화 | 결혼 / 공동체 꾸리기 |
부모님 부양 | 배워보고 싶은 것 |
지속적인 소득창출 | 갖고 싶은 것 |
대출 상환 | 해내고 싶은 것 |
비상금 마련 | 은퇴 후에 하고 싶은 것 |
미래의 재무목표를 세울 때 유의할 점은 현실적인 고려가 생각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풋살’님이 집과 차, 가정을 떠올릴 때 느꼈던 막막함들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떠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자칫하면 원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치부하게 만들어요. 저 역시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함에 제 욕망을 외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하다면 나의 마음은 누가 헤아려줄 수 있을까요?
key point
무조건 남들이 원하는 것을 바래야 한다거나, 원하는 것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내가 바라는 인생을 상상할 때만큼은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쳐야 나의 진심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각각의 소망에 중요성을 부여할 것인지, 패스할 것인지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찾아본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또한, 재무목표 세우기에서 유의할 점은 그다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더라도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풋살’님은 내 집 마련에 큰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에 살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어느 순간에는 노후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거주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꼭 ‘내 집 마련’이 아닐지라도 어떻게 거주 환경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금의 상황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계속 오르는 전셋값 인상에 대비할 필요도 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정리가 되면 ‘풋살’님이 왜 돈을 모아야 하는지가 조금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요?
사실 재무목표 세우기는 ‘어떤 인생을 바라고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동반하기에,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하기보다는 나의 마음을 알아본다는 생각으로 연초에 한 번씩 적어보는 걸 추천드려요. 돈을 왜 모으고, 어떻게 쓰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풋살’님으로 하여금 좀 더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게요.
열두 달 소비멘토에 돈과 관련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세요.
소비멘토가 매 월 한 분의 사연을 선정해, 속 시원한 답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