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프라임모기지는 물론 이들 채권을 보유한 시중은행과 보험사에 까지 파급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미국 4대 투자은행인 Lehman Brothers 은행은 서브프라임 여파로 인한 실적 악화, 지분매각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실패하였고 결국 유동성부족으로 파산신청을 결정하였다. 경제내에서 은행의 파산은 제조업체의 파산과는 달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주체의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금융위기 및 경제위기와 직결된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은 지난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회사인 베어스턴스 매각부터 출발하여, 지난 8월 프라임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과 페니매에 FRB의 긴급공적자금 투입, 9월에는 리먼브라더스 은행의 파산과 메릴린치 은행의 매각으로 이어졌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출발한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이 점차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모기지채권을 보유한 전체금융기관으로 확산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촉발된 금융기관의 파산이 어디까지 이어지는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신청, 메릴린치 매각에 이어 AIG, Washington Mutual, Wachovia도 유동성위기상황에 있어 이들 금융기관의 추가파산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주택시장의 장기적인 시세하락,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가계가 부실해지자 가계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모기지업체뿐 아니라 모기지업체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MRS)을 매입한 금융기관까지 부실해지거나 파산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도미노현상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이사회(FRB)는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이들 금융기관에 지원한 바 있으나, 금융기관의 파산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 파산위기 때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9억달러(약 2조 9000억원)를 프라임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과 페니매 파산위기때에도 FRB는 2천억달러의 유동성을 긴급지원한 바 있다.
리먼브라더스 은행의 파산신청이 있은 후 부시대통령은 더 이상의 추가 공적자금 지원은 없으며 피해최소화에만 전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리먼브라더스 은행의 파산은 다시 리먼브라더스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부실로 확산된다. 더욱이 AIG, Washington Mutual, Wachovia가 실제로 파산할 경우 미국의 금융시장은 물론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각국의 금융시장은 함께 파산하는 위기를 격게 될 것은 자명하다.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정부와 FRB는 미국 금융기관의 도미노 파산을 막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2008년 2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660조원에 이른다. 10년 전(1998년)과 비교해 보면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가 넘는 수준이다. 가계부채의 주된 항목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금액만 총 가계부채에서 차지한 비중은 37%이다. 더욱이 2005년 이후 2% 대의 안정세를 보였던 국내 물가가 2007년 말부터 급등하여 2008년 7월에는 5.9%로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의 금리도 연일 상승하여 7%대에 이르고 있다. 물가상승과 금리상승으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먼 남의 나라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미국의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계부채의 담보물인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은 미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과거의 경험처럼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돈을 빌여주었던 은행이 대출금의 만기연장을 허락하지 않거나 일부상환을 요구할 것이다. 다행이 가계에 여유자금이 있어 상환하면 그만이겠지만, 상환여력이 없다면 담보물을 급매처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 가속이 붙게 된다.
미국금융시장의 위기가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 세가지를 꼽고자 한다. 먼저,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부채를 조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다행이 집값이 오르게 되면 빚을 갚을 여력이 생기지만 떨어지게 되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둘째,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을 바탕으로 발행된 파생금융상품의 수익률이 현저히 높았기 때문에 미국내 금융기관들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주요국 금융기관이 앞다투어 채권을 매입하였다. 처음에는 이자수익이 만만치 않았지만 채권발행기관이 부실해지자 이자는 커녕 원금손실도 보게 되었다. 투자에서 수익도 중요한 지표이지만 안정성도 수익못지 않게 중요한 투자지표이다.
셋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실물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은행, 보험, 증권회사는 실물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자본을 공급하고 위험을 회피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당연히 실물시장은 금융시장의 도움없이는 제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주식가격이 급락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체는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거나 새로운 투자를 하기 어렵다. 가계소비도 위축된다. 실물경제가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 경제는 글로벌화되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외국의 싼 물건을 사고 외국의 자본을 들여올 수 있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와 아무 관련이 없는 외국기업의 위기가 우리의 위기가 된다. 소비자는 이제 국내 경제사정 뿐 아니라, 세계경제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 글 / 정윤선 (cys@kca.go.kr)
정책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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