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우리는 네임밸류에 끌린다

오늘은 A브랜드의 새 프리미엄 신발이 출시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 신발을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A브랜드는 응모권을 배부한 후, 당첨된 사람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충성고객들은 이번 출시된 신발이 예쁘지 않든, 응모권을 통해 판매하는 술수가 있든 개의치 않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인 데다 다신 판매하지 않을 한정판이기 때문이죠. 제품이 완판된 후, 여기저기 리셀러들이 두 세배 되는 가격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가의 몇 배 가까이 되는 웃돈을 얹어서라도 신발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게 현실입니다.

유명 브랜드는 곧 가치 있는 나를 만든다

A브랜드의 사례처럼, 특정 브랜드라면 지출의 합리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번 브랜드를 신뢰하게 되면, 그 브랜드의 제품은 모두 가치 있으며, 나 자신을 충족시켜준다는 무언의 믿음이 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실 브랜드에서 내놓는 제품이 매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명실상부한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품질 또한 완벽할 것이라는 착각이 드는 것이죠.

또 특정 브랜드, 특히 고가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성행하는 건 일종의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이기도 합니다. ‘파노플리’는, 프랑스어로 ‘집단’을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1980년대 프랑스의 사회학자 쟝 보드리야르는 시장에서 특정상품을 구입함으로써 특권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과시하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효과를 증명하듯, 거리를 돌아다니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명품백을 부르는 ‘3초 백’, ‘5초 백’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죠. 또 중고등 학생들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의 패딩이 불티나게 유행하던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나 자신이 보다 나은 집단에 속하게 된다는, 무언의 과시욕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뇌, 더 그럴싸한 것에 반응한다

세계적인 신경 마케팅 전문가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는 “소비자의 결정은 언제나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뇌 속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신경 정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눈은 초당 1,000만 비트, 귀는 100만 비트, 후각은 10만 비트의 정보를 뇌에 전달합니다. 이 중 사람이 의식하는 실질적인 정보는 0.0004%인, 40비트에 불과하죠. 결국, 소비자는 상품구매를 결정할 때 객관적인 정보보다 오감에서 기인한 감정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우리가 평소 수많은 광고와 이미지를 접하며, 매력적인 브랜드라고 인식해왔던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일단 한번 꽤 그럴싸한 브랜드라고 뇌 속에서 이미지 메이킹 된 제품은, 쾌감 중추를 자극해 구매할 때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이죠.

브랜드의 명성보다 중요한 건 나의 만족

그러나 이처럼 매력적인 브랜드일수록 그 명성에 걸맞게 ‘비싸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하지만 비싸면 비쌀수록, 해당 브랜드의 제품이 더 가치 있는 제품인 듯한 착각이 들며 더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물론 이름 있는 브랜드이기에 평균적으로 타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가 출시하는 제품마다 전부 뛰어난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죠.

실제로, 평소 국민 브랜드로 이름을 떨치던 대기업의 제품이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채 출시되어 도리어 거센 비난을 받는 상황이 일기도 합니다. 이처럼 비싸다고, 혹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듯 말이죠.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본질을 올곧게 바라볼 수 있는 분별력을 길러야 합니다. 때론 브랜드가 주는 매력과 나 자신을 더 그럴듯하게 꾸며주는 장점도 분명 존재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네임밸류가 뛰어나다고 한들 정작 만족감을 줄 수 없는 상품은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법입니다. 기억해두세요, 브랜드의 명성보다 나의 진정한 만족이 ‘진짜’ 상품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