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우리에게 가장 매력적인 말, 공짜

기분 좋은 퇴근길,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대형 마트로 발걸음을 돌린 혜진 씨는 그만 이곳저곳에 눈이 팔리고 맙니다. ‘1+1’, ‘2+1’, ‘무료 증정’과 같은 문구들이 구매욕에 불을 지피기 때문이죠. 덕분에 혜진 씨는 장바구니에 마트 행사 상품을 한 아름 담고 계산대로 향합니다. 묘하게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공짜’로 얻은 상품이 많다는 생각에 이득을 본 것이라 위안을 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이렇듯, 공짜를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하나 있죠.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공짜는 사실, 소비자를 잡는 ‘미끼’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사시사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기 마련입니다. 특히, 경기불황이 극심한 때일수록 곤두박질치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곤 하죠. ‘공짜 마케팅’ 또한 그 전략 중 하나로, 공짜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매혹시키곤 합니다. 공짜 마케팅은 1+1행사처럼 또 하나의 제품을 증정하는 덤 외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카페의 음료를 한 잔 구매할 때마다 하나의 스탬프를 찍어 종이 한 장을 꽉 채우면 음료 한 잔을 증정한다거나, 신규 오픈한 음식점에서 ‘오픈 기념행사’라며 다음 방문 시 음료 두 잔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쿠폰을 건네는 것 또한 공짜 마케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는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처리하기 위한 상술로 악용되기도 하며, 고객 유입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유인 전략으로도 활용됩니다. ‘공짜’라는 것은 고객이란 물고기를 낚기 위한 ‘미끼’일지도 모르는 것이죠. 이는 공짜라는 장치를 통해 고객을 비교적 쉽게 유치시키고, 판매량을 증진시키기 위하는 고도화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주는 커피 쿠폰을 꽉 채워 무료 음료를 먹기 위해 더 자주 방문하게 되고, 공짜 쿠폰을 받은 이상 이를 사용하기 위해 음식점을 한 번 더 방문해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공짜인데 예뻐”, 증정품이 소비 이끄는 ‘주객전도’ 현상

또 공짜 마케팅은 때때로 상품의 본질을 흐리는 현상을 빚어내기도 합니다.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은, 주식시장에서 성행하는 말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좌우할 때 등장하는 말인데요. 개는 몸이 주가 되어 꼬리를 흔들어야 하지만, 꼬리가 너무 세게 흔들려 몸까지 흔들린다는 ‘주객전도’ 현상을 나타날 때 쓰이는 말이기도 하죠. 공짜 마케팅 시장에서도 왝더독 현상은 예외가 아닙니다.

국내 한 기업은, 오로지 ‘증정’으로만 얻을 수 있는 굿즈를 제작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데요. 이 굿즈는 다양한 기업과 협업·제작해 희귀한 데다, 디자인도 예뻐 소비자의 마음을 이끌곤 하죠. 이 굿즈를 받기 위해서는, 제한된 카테고리 내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해야만 하는데요.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서는 굿즈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억지로라도 사야 할 것을 만들어 상품을 구매합니다. 이 공짜 마케팅은 매우 성공적인 효과를 거둬 기업의 매출을 압도적으로 증대시켰죠. 이 기업의 충성 고객들은 ‘굿즈를 사면 상품이 증정된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연말마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진행하는 ‘신년 다이어리 이벤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왝더독 현상인데요. 음료를 일정 개수 이상 구매해야 얻을 수 있는 신년 다이어리를 위해 수많은 사람은 카페로 발걸음을 돌려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음료를 한 번에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짜’ 증정품을 이용한 신개념 마케팅 또한 그 효과를 증명한 마케팅의 한 예로 볼 수 있죠.

인간은 누구나 손해 보기 싫어해, 진정한 ‘공짜’는 없다

하지만, 공짜에 이끌리는 사람들을 겨냥한 사기 또한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무료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하는데요. 꼼꼼히 따져보면 여행 과정에서 반드시 돈을 써야 하는 구멍이 많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벤트에 당첨됐으니 무료로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던 사진관에서는 촬영 후 “액자는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제품을 강매하기도 하죠.

이렇듯, 때때로 ‘공짜’라는 것에는 그에 따른 숨겨진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실상을 살펴보면, 온전히 무료로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죠. 덤, 증정 행사를 자주하는 상품의 경우 실제 원가와 마진율을 계산했을 때 수지타산이 얼추 합리적이기에 공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것이고요. 이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사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무엇이든 단면만 보고 그를 판단하면, 다른 쪽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이면이 존재하니까요. 지금 당장은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사실 그 이익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기업이 ‘공짜’ 마케팅을 내세운다고요? 그렇다면, 나의 ‘중심’을 지키는 전략을 앞세워, 현명한 소비자의 모습으로 맞서길 바랍니다.
공짜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하나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