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비철학

생활자인 듯, 여행자인 듯

우승민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 저자>

이제 일본 생활 8년차. 생각보다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원래는 3~5년 정도를 계획하고 일본 후쿠오카로 넘어왔다. 하지만 무난한 적응력 덕분인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일 덕분인지 나의 일본 생활은 최소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이어지게 될 것 같다.

우승민 작가의

한 줄 소비철학

생활자와 여행자 사이 그 어디쯤

나만의 소비철학을 갖기까지

2011년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오기 전, 나는 이미 100번이 넘는 일본여행을 경험하였다. 올해로 일본생활 8년차이지만 아직도 나 자신이 여행자인지, 생활자인지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정의 내리지 못하고 살면 어떠한가. 이것도 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생활과 일본에서의 생활은 당연히 그 소비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출되는 소비 카테고리도 다르고, 소비되는 금액도 다르기 때문이다. 생활자로서 그리고 여행자로서의 양립공존의 생활은 나만의 독특한 소비철학을 정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글을 통해 일본에서 거주하면서 생긴 나의 소비철학과 일본 음식점에 대한 이해가 여러분의 일본 여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에서 여행자에게 필요한 소비철학은 “어디를 갈 것이냐”,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일 것이다. 바로 이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추천 하나. 진정한 여행자처럼

원조집을 방문하고, 그 지역의 명물 음식을 먹어보자. 패스트푸드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음식 트렌드의 영향에도 언제나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원조집이 있다. 모든 음식에 있어서 그 원조집을 방문하는 것은 음식 여행의 첫 출발지이며, 그 음식의 원점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일본은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명물음식이 있다. 지역의 역사, 지리, 정서를 반영하는 명물음식은 일본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된다.

많이 걷고 버스를 타보자. 외국여행의 장점은 그 나라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즉, 복잡함을 벗어나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가지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걷기와 버스 타기를 추천한다. 바쁜 일정으로 너무나도 많은 곳을 가보려는 조급함 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내 눈에 담아가는 느림의 미학이 여행에서 필요하다. 날씨를 즐기고, 경치를 감상하며 느리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며 좀 더 여행을 느긋하게 즐겨보자. 지하철을 타고 땅속을 다니는 것 보다는 버스를 타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모습을 즐기면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카페에서는 여유를 갖고 즐겨보자. 카페는 사진을 찍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에 자랑처럼 사진을 올리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카페는 그렇게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공간을 즐기고 음식을 음미하고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사진을 찍느라 식어가는 커피, 녹아가는 디저트가 아깝지 않은가. 인테리어와 소품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느끼고, 커피와 음식의 향과 맛을 코와 입으로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분명 당신의 여행을 좀 더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다.

추천 둘. 오래 산 생활자처럼

일본 가정식을 먹어보자.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어떻게 만든 것일까. 어떤 맛이 날까. 가정식을 통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정취를 알 수 있다. 삶의 정취를 느끼는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고 즐기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며 소박하고 깔끔한 일본의 가정식을 즐겨보자.

단골집을 만들어 보자. 여행지에서 만난 마음에 들었던 곳은 다음 여행에서도 한 번 더 찾아가보자. 그러면 당신은 단골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골의 장점은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과 같이 나를 반겨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또한, 단골집을 통해서 더 정확하고 실속 있는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 가이드북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생생한 현지 정보를.

작은 골목, 아케이드 상점가, 공원, 정원의 정취를 느껴보자. 여행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의 생활을 느껴보는 것이다. 특히나 일본은 작은 골목의 매력, 비가 내려도 문제없는 아케이드 상점가의 편리함, 가족들과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공원의 편안함,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의 차분함이 부러운 나라이다. 작은 골목에서 만나는 귀여운 고양이, 아케이드 상점가를 거닐며 접하게 되는 상품과 길거리 음식, 일본인들처럼 도시락을 구입해서 공원에서 먹어보는 것은 바로 일본에서의 삶을 간접 경험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당부 하나. 예의를 지키자

일본의 음식점과 카페는 그 운영 방식이든가 그곳에서 지킬 에티켓이 한국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한국에서 음식점이나 카페에 들어가면, 빈자리를 찾아 바로 들어가 앉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일단 입구에서 멈춰 서서 스탭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빈자리가 있다고 그 자리가 당신의 자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본에서는 음식점과 카페에서 흡연이 허용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흡연석과 금연석을 구별해서 손님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고, 예약석은 빈자리라도 앉아서는 안 된다. 또한,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일부러 모든 자리를 채우지 않고 빈자리를 남겨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음식 만들기 및 서빙 속도 등을 고려해서 수용 인원을 제한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 및 카페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사전에 스탭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급적 최소한으로 찍는 것이 좋다. 큰 셔터 소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며,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기본적으로 음식점은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예약을 했으면 No Show는 금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때는 꼭 음식점에 연락해서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 좋다. 현재 너무나도 많은 No show를 하는 외국인들 때문에 외국인의 예약을 아예 안 받고 있는 일본 음식점이 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부디 예의를 지키는. 존경받는 한국인 여행자가 되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시월의 담 [살림북]

우승민 작가는?

대기업 건설회사의 연구소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가 돌연 후쿠오카로 건너왔다.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여행을 시작하여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일본 음식에 빠져 틈만 나면 일본을 여행한 것이 100번을 넘었다. 이후 여행으로 즐기던 일본에서 한번 살아볼까 하는 마음에 2011년부터 후쿠오카에 거주 중이다. 현재 각종 매체에 일본 여행 및 음식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 <후쿠오카에 반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