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비심리의 비밀

선택장애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극 중 햄릿은 비극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현대인의 모습에서도 이로부터 유래된, ‘햄릿 증후군’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햄릿 증후군은 흔히 ‘결정장애’, 혹은 ‘선택장애’라고도 일컫는, 선택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 행동 양상을 뜻하는데요. 이 모습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왜 구매를 망설이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무언가를 구매할 때 망설이게 되는 걸까요? 소비자는 대개 지난 구매 행위를 후회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구매한 제품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맞닥뜨리거나, 가성비가 더 좋아 보이는 제품을 만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됩니다. 합리적인 선택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또 정보의 양이 너무 많을수록 선택이 어려워지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이 이론은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가 최초로 제시한 이론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함에 있어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판단력이 흐려져 결정을 내리기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더욱이, 결정이 어려워질수록 소수의 선택지만 있을 때보다 더 좋지 않은 선택을 하거나 결정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배리 슈워츠는 이런 선택의 어려움으로 인한 자기 비하가 우울증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스탠퍼드 대학의 마크 레퍼 교수와 콜롬비아 대학의 쉬나 아이옌거 교수 연구팀은 슈퍼마켓에 6가지 잼과 24가지 잼을 시식할 수 있는 부스를 각각 설치해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실험 전 고객들이 더 많은 잼이 있는 시식대를 선호할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24가지 잼이 있는 시식대에서는 단 3%의 고객만이 잼을 구매했습니다. 도리어 6가지 잼만 있는 시식대에서는 무려 30%의 고객이 잼을 구매했죠. 이 실험 결과는, 너무 많은 선택지는 도리어 합리적인 선택에 혼란을 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정보 범람 시대, 제품 선택을 돕는 마케팅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많은 상품과 그 앞에 놓인 소비자는 오히려 선택을 망설이게 되죠. 이에 따라 각종 기업들은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돕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소구점(appeal point)을 단일화 시키는 전략인데요. 소구점은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뜻합니다. 제품의 여러 특성 중 한 가지 특장점을 앞세워 광고하는 것이죠. 물론 제품의 장점은 비단 한 가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겠지만,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모든 장점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단 하나의 차별화된 소구점으로도 소비자를 충분히 매료시킬 수 있으며, 오히려 단순화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현재 대부분의 쇼핑 사이트에서는 결정을 어려워하는 고객을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서비스는 고객의 연령, 취향, 성격 등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줍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이력을 파악해 관심을 가질법한 제품을 페이지에 자동 노출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죠. 이 서비스는 정보 과잉 시대에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 시간을 절약할뿐더러,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 위한 노력과 시간의 소비를 대폭 줄여줍니다.

특히, 무작위로 들어있는 상품 상자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랜덤 박스’, 혹은 매번 다른 형태의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 등도 결정으로 인한 피로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 중 하나로, 바쁜 현대인들의 선택 시간을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완벽한 선택지는 없다, 선택 강박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결정 앞에서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피로한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완벽한 결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선택지든 주관적으로 그 가치가 평가되기 마련이니까요.

오늘도 막다른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며 고통을 겪고 계신다면, 두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완벽한 선택은 없다. 때로는 직감을 믿자. 여러분의 선택에 행운이 잇따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