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하지

알록달록 색깔의 매력에 물들고 싶다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저마다 각양각색입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삶의 동력을 찾기 위해서, 살면서 생겨나는 물음표에 느낌표를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죠. 또 영화가 주는 시각적 기쁨 또한 지나칠 수 없는 묘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채로운 빛깔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영원히 닿지 않을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환상이 들기도 하죠. 이번 <주말에 뭐하지>는 한정판 아트북으로까지 출시될 정도의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소개해드립니다.

오색찬란 색으로 가득 찬 환상의 공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 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27년, 당대 최고의 호텔로 칭송받던 곳이었습니다. 호텔리어의 꿈이자, 숙박객에게는 마음을 편히 놓고 쉴 수 있는 궁전과도 같았죠. 그리고 이 호텔의 지배인 ‘무슈 구스타브’는, 외로운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며 많은 투숙객의 마음을 훔치곤 했습니다. 그런 그의 친구 중 한 명이자 연인이기도 했던 마담 D가 어느 날 갑자기 살해를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마담 D의 유언장에는, 그녀의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었던 구스타브에게 유명 화가의 그림인 ‘사과를 든 소년’을 넘기겠다고 적혀 있었죠. 마담 D의 유족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분개하고, 구스타브를 마담 D의 살인자로 몰아갑니다. 끊임없이 쫓고, 쫓기며 말이죠. 구스타브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호텔의 로비 보이인 ‘제로’와 함께 손을 잡고 난관을 하나씩 극복해갑니다. 마침내 그 여정의 끝에 서게 된 제로는 뜻밖의 찬란한 봄날을 마주하게 되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신속한 전개와 더불어, 관객이 눈을 뗄 겨를 없는 또 하나의 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바로 오색찬란 빛깔을 담은 ‘색’이죠. 먼저 영화의 포스터를 장식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전경은 아기자기한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호텔 근처 제과점인 ‘멘들스’의 포장 상자 또한 분홍색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색감의 일체감을 자아내죠. 특히 분홍색은 친화와 사랑을 담은 색으로도 여겨져 장면마다 꿈 같은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눈여겨보면, 등장인물 의상의 색 또한 제각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직원의 유니폼은 보라색으로, 품위와 우아함을 상징해 당대 호텔의 명성을 짐작게 합니다. 또 극 중 마담 D의 유족은 장례식에서뿐만 아니라 계속 검은 의상을 입고 있으며, 이는 이들이 악에 물든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그 외에도 군인, 변호사 등의 인물은 회색 옷을 입어 선과 악의 경계가 없는, 그저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사람임을 나타냅니다.

지갑을 여는 알록달록 색깔의 비밀

눈과 마음을 고루 즐겁게 하는 영화 속 색깔처럼, 마음 속 깊은 소비 욕구를 자극해 지갑을 열게 유도하는 색도 존재합니다. 그 비결은 시공간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기도, 색에 담긴 심리를 상품과 잘 조합한 덕이기도 한데요. 어떤 색깔이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고 있을지, 한번 살펴봅시다.

계절과 이벤트를 담은,
상징적인 색

봄 하면 파릇파릇한 새싹과 잘 어울리는 연두색, 노란색을 떠올립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를 담은 푸른색 계열이 떠오르고요. 가을은 낙엽과 어우러지는 주황색과 갈색이 눈에 띄고, 겨울에는 하얀 눈을 담은 무채색 계열이 눈에 띕니다. 계절뿐만 아니라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와 같은 기념일에는 분홍색 패키지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 때는 초록색과 빨간색을 조합한 패키지가 인기를 끌곤 하죠. 이처럼 계절과 특정 이벤트를 담은 날에 유독 눈에 띄는 색이 있는데요. 이러한 색의 조합은 어느덧 계절과 이벤트의 상징으로도 자리 잡아 소비를 촉진하곤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다른 패키지보다 빨간색과 초록색을 조합한 패키지에 더 손이 가는 이유는, 같은 선물이어도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빛깔에 마음이 이끌리기 때문이죠.

마음속 감정을 담은,
다채로운 색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는 다섯 가지 감정을 담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기쁨’을 담은 노랑이, ‘슬픔’을 담은 파랑이, ‘분노’를 담은 빨강이처럼요. 이처럼 각 색에는 사람의 고유한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성이 부여되기도 합니다. 물론 색은 비단 한 가지 감정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노란색은 기쁨과 외로움을, 파란색은 차분함과 우울함을, 빨간색은 열정과 분노를 나타내는 등 양면적인 감정을 담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감정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소비자의 마음 또한 자연히 열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끌고 싶다면 빨간색을, 활력을 띄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면 노란색을,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느낌을 주고 싶다면 파란색을 매장의 주요 인테리어 색으로 조성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는 어떤 색이 자리 잡고 있는지 되짚어보면, 그 색이 주는 일말의 여운 또한 즐길 수 있답니다.

나는 이 시대의 선구자,
유행을 담은 색

미국의 색채 전문 회사 ‘팬톤(Pantone)’은 해마다 ‘올해의 색’을 선정해 색 유행을 주도합니다. 올해, 2020년의 색으로 선정된 것은 ‘클래식 블루’. 이 여파로 각종 업계에서는 푸른색 물결의 향연을 이뤘죠. 특히 패션업계처럼 유행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클래식 블루를 담은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팬톤은 각종 업계와 콜라보레이션을 펼치며, 그해의 색과 유한성을 담은 한정판을 세워 색에 관한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죠. 이렇게 트렌디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 색을 보고 있노라면, 평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색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곤 하죠.

그가 만인의 연인이 될 수 있었던 비법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비주얼 면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을 받은, 철저한 미장센으로 인정받는 영화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눈이 즐거운 영화’라 하면, 늘 이름을 올리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달콤한 솜사탕 같은 시공간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떠나보세요. Mr.구스타브가 만인의 연인이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알려줄 테니까요.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사랑받으면 꽃봉오리처럼 마음이 활짝 열리죠.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 개 요

    미스터리, 모험 | 독일 외 | 100분 | 2014.03.20 개봉

  • 감 독

    웨스 앤더슨

  • 출 연

    랄프 파인즈(M.구스타브), 토니 레볼로리(제로)

  • 등 급

    15세 관람가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충실한 로비보이인 ‘제로’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영화 사진 출처 : Searchlight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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