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소비멘토

30대 워킹맘, 돈이 모이지 않아요

미스페니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경제코치>

열두 달 소비멘토에서는 여러분의 돈 고민을 듣고, 질문에 답을 해드립니다. 어떤 질문이라도 좋아요. 돈을 쓰는 걸 멈출 수가 없나요?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나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마음을 그대로 적어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달의 고민 사연은 30대 워킹맘, ‘2월에 우리’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이 달의 의뢰인 ‘2월에 우리’

저는 3살 딸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30대 후반 워킹맘입니다. 남편과 제 월급은 둘이 합해 5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도통 돈이 모이지 않습니다. 아파트 대출비, 저와 남편의 차 할부비, 보험비와 휴대폰비 등을 합한 매월 고정지출비용은 대략 200만 원입니다. 그럼 나머지 300만 원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가계부를 써보려고 해도 천성이 게으르고 경제관념이 없다보니 잘 쓰지 않게 되고요. 제가 어디다 돈을 쓰는지 파악하기도 사실 귀찮아요. 그런데 새해에는 돈 좀 모으고 싶습니다. 아둥바둥 번 돈이 모래알처럼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예요. 저희 세 식구가 한 달에 거의 500만 원을 다 쓰는 건 적정하지 않은 거죠? 그럼 어느 정도가 지출규모로 적정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비멘토

안녕하세요, ‘2월에 우리’님. 반갑습니다. 수입이 크게 적은 편이 아님에도 돈이 모이지 않아 걱정하고 계시는군요. 먼저, 용기를 내서 고민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월에 우리’님의 사연을 보며 어려움을 겪으시는 부분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디에 돈을 쓰는지 파악하기 귀찮고, 가계부를 쓰기 싫다.

따로 돈 관리를 안 하다 보니 수입이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돈을 모으고 싶은데, 어느 정도로 지출과 저축을 해야 할지 궁금하다.

그럼 세 가지를 같이 살펴볼까요?

어디에 돈을 쓰는지 파악하기 귀찮고, 가계부를 쓰기 싫다

먼저 경제적 고민이 있음에도 나는 왜 가계부가 귀찮고 싫은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사실 500만 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써보는 게 최고의 방법이죠. 아마 ‘2월에 우리’님도 그것을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런데, 왜 그것만큼은 그렇게 하기가 싫은 걸까요? 정말 천성이 게으른 편이라, 혹은 경제관념이 없기 때문일까요? 사실 ‘2월에 우리’님은 직장 생활도, 아이 양육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단한 분입니다. 직장 생활만 하는 것도, 혹은 아이 양육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둘 다를 하고 계시다는 건 굉장히 부지런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거죠. 본래는 귀찮음을 많이 타는 편이라고 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서는 좀 귀찮더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2월에 우리’님이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귀찮거나, 경제관념이 없어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카드 사용량도 많고, 좋은 가계부 어플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내 지출을 알고자 한다면 충분히 쉽게 살펴볼 수가 있어요. 단순히 내 지출 금액을 기록하고, 더하는 일에 특별한 경제관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므로 ‘2월에 우리’님이 가계부를 쓰지 않는 이유는 은연중에 ‘굳이 가계부를 써야 할까?’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계부를 쓴다고 해서 저절로 지출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계부를 쓰는 행위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고요.

때문에 ‘2월에 우리’님이 가계부를 쓰지 않는 이유가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쓸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해서’, 혹은 ‘쓰고 싶지 않아서’라는 걸 인식해야 해요. 돈 관리를 전혀 하지 않다가 갑자기 가계부도 써야 하고, 지출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그게 가계부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가계부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내가 쓰는 돈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내 안에 있는 ‘돈을 쓰면 안 된다’, ‘돈이 나가는 것이 싫다’라는 생각이 가계부 속 지출을 꼴도 보기 싫게 만듭니다.

key point

먼저 ‘지출을 꼭 줄여야 한다’, ‘돈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가계부 쓰기를 시도해 보세요. ‘2월에 우리’님이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는 필요한 곳과 원하는 곳에 돈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지나고 나서는 왜 이런 데 돈을 썼을까 후회가 되더라도 그 당시에는 전부 타당한 이유가 있는 지출입니다. 일단 ‘2월에 우리’님 가족이 생활하는 데는 돈이 든다는 점을 인정하고, 내가 쓰는 돈을 허락해주세요. 내가 쓰는 돈을 허락하면 가계부를 쓰는 일도, 보는 일도 한결 수월해질 거예요.

따로 돈 관리를 안 하다 보니 수입이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궁금하실 수도 있습니다. ‘지출을 줄일 것도 아닌데 가계부를 왜 써?’ 하고 말이에요. 지출을 줄이지 않더라도 가계부를 권하는 이유는 ‘2월에 우리’님이 돈을 더 만족스럽게 쓰기 위해서예요. 우리가 쓰는 돈은 크게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고정지출’과 그 달에 직접 결제하는 ‘변동지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2월에 우리’님은 200만 원을 고정지출로 사용하고 있으니, 나머지 300만 원은 변동지출로 나가는 거겠죠?

고정지출 200 만 원
변동지출 300 만 원

고정지출은 딱히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자동이체 되는 금액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돈을 쓴다는 느낌이 없어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칼로리가 소모되는 기초대사량처럼 고정지출도 가만히 숨만 쉬어도 나가는 기본적인 비용인 거죠. 그런데, 우리가 숨만 쉬고 살지는 않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 300만 원은 ‘2월에 우리’님 부부가 먹고, 입고, 아이를 돌보고, 부모님께 자식 노릇을 하고, 때때로 문화생활도 하는 비용으로 나가는 거예요.

기혼 가정에서 나가는
변동지출을 크게 살펴보면

01생존비용

식재료를 사거나 세제, 휴지 등의 생활소모품 등을 구입하는 비용

02여가비용

가족들과 함께 문화생활과 여행 등을 즐기는 비용

03차량관리 비용

주유비와 주차비를 비롯한 차량관리비용

04자녀양육 비용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과 교육비를 포함하는 비용

05부부 비용

아내와 남편이 각각 사용하는 비용

06부모님 비용

설날이나 추석 등에 양가 가족들을 챙기는 비용

‘2월에 우리’님이 써주신 고정지출 200만 원에 이러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머지 300만 원으로 위와 같은 활동들을 하시는 거죠. 특히, ‘2월에 우리’님은 직장 생활과 아이 양육을 동시에 하시기 때문에 ‘시간은 들지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선택’과 ‘비용이 더 들지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선택’ 중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요. 또, 양가 부모님이 아이 돌봄을 도와주신다면 다른 가정보다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도 더 커질 수밖에 없겠죠.

key point

‘2월에 우리’님이 변동지출로 사용하는 300만 원 중 어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지, 또 어떤 비용은 생각보다 적은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1번으로 돌아가 가벼운 마음으로 가계부 쓰기를 시도해보세요. 효과적으로 가계부를 쓰는 방법은 질문을 주신다면 추후의 칼럼에서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돈을 모으고 싶은데, 어느 정도로 지출과 저축을 해야 할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세 식구가 500만 원을 전부 사용하는 게 적절한 건지 물어보셨는데요.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500만 원은 매우 큰 금액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빠듯한 금액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고려해보실 부분은 ‘2월에 우리’님의 자녀 분이 지금 3살이라는 사실이에요. 부부만 있는 가정이라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다가오는 흐름에 몸을 맡겨봐도 좋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가 있는 상황이라면 안정성이라는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key point

아쉽지만 지금 당장 얼마를 저축해야 한다는 규칙은 실현 가능성도, 의미도 없습니다. 지금 500만 원을 써야 생활이 유지되는데, 아무리 100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고 한들 그만큼을 저축할 수 없으니까요. 우선은 ‘2월에 우리’님 가족이 쓰는 지출을 살펴보면서 ‘돈을 쓰면서도 그다지 만족감이 없는 부분’, ‘줄이더라도 큰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은 비용’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딱 그만큼만 저축을 시작해보세요. 단돈 5만 원, 10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2월에 우리’님과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이미 바쁜 생활을 하고 있기에 돈 관리를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운 분들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어디서 돈이 와서 어떻게 나가는지를 모르는 지금의 상황이 어쩌면 제일 내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주범일 수도 있어요. 오히려 작정하고 내 돈을 들여다보면 답이 없다고 느꼈던 문제들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답니다.

열두 달 소비멘토에 돈과 관련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세요.
소비멘토가 매 월 한 분의 사연을 선정해, 속 시원한 답을 드립니다.

  • 참여기간 : 2019년 1월 2일(화) ~ 1월 13일(월)
  • 선정자 발표 : 1월 15일(수), 선정된 분에게 개별 연락
  • 선정자 선물 : 3만원 도서문화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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