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추천정보

아이들과 외국에 한 달 살기, 용기를 내요

아이들과
외국에 한 달 살기,
용기를 내요

김지현 <런던x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저자>

아이들과 유럽에서 한 달 살기는 제 인생에서 큰 경험이었고,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저처럼 장기간의 여행을 가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말이죠. 그때 제가 주저 없이 했던 말은 용기를 내라는 말이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아이들과의 한 달은 꿈같은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 두려운 일이죠. 하지만 딱 한번 눈 질끈 감고 한 발자국 떼어보세요. 용기 있는 한 발자국 뒤에는 평범했던 일상에서 얻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한 달 살기, 패키지 비용으로 가능했던 비결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의 여행을 마음먹었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여행경비였습니다. 항공권 가격에서부터 숙식비, 관광비, 교통비 등을 계산해보니 시작도 전에 부담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꼼꼼히 알아보고 욕심을 줄이는 순간부터, 패키지 비용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1 여행날짜는 비수기에

원래 여행을 할 때 사람 많은 성수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비수기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무엇보다 비수기에는 성수기에 비해 2-3배 정도 저렴한 항공권을 구할 수 있고요. 좋은 위치에 있는 고가의 숙소도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빌릴 수 있습니다. 또한 관광지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사람에 치이지 않아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죠. 여행 시기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면 꼭 비수기에 떠나시기를 추천합니다.

2 예약은 미리미리

예약해야 할 것이 있다면 미리 해두세요. 확실히 가격이 저렴합니다. 항공권의 경우, 최소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가격이 저렴하고요. 항공사의 이벤트나 특가 행사 등을 미리 파악해서 구입하면 더 좋습니다. 또 여행지에서 이동시 유로스타나 유럽 내 항공권도 미리 예약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예약이 가능합니다. 현지에서 보고 싶은 뮤지컬 등의 공연 등도 예약이 늦으면 늦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니 서두르세요.

3 에어비앤비로 식비절약

유럽은 외식비는 비싸지만 식료품비는 생각보다 저렴하답니다. 특히 고기나 채소, 공산품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해서 밥을 직접 해 먹으면 식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숙소를 결정할 때 취사가 가능한 에어비앤비로 잡았고요. 아침은 간단하게 빵이나 시리얼, 과일을 곁들여 먹었고 저녁은 스테이크나 파스타, 간단한 한식으로 직접 해먹어서 여행경비를 많이 절약 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살기를 위한 계획세우기 TIP

TIP 01 준비는 철저하게! 계획은 간단하게!

저의 여행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준비는 철저하게, 계획은 간단하게’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자유여행에서는 여행지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에 미리 충분히 공부하고 가면 좋습니다. 저는 여행 전, 가고 싶은 곳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곳에 관련된 정보를 여행책자에서 찾아보았어요. 또 아이들에게도 미리 우리가 갈 여행지에 관련된 책을 읽게 하고 영화를 보게 했죠.

반면 여행지에서 어떻게 지낼지에 대한 계획은 꼼꼼하게 세우지 않았습니다. 짧은 여행이라면 주어진 시간동안 효율적으로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저희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답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는 거죠. 그래서 예약을 해야 하는 것 이외에는 따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것들만 간략하게 리스트를 정해 오늘은 어떤 걸 해볼까 이야기 나누고 실천했답니다. 덕분에 여행지에서 박물관을 보다가 내일 더 보고 싶으면 다음날 다시 들러 봤고요. 아이들이 뛰어놀고 싶은 날은 아침부터 집 앞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 놀았어요. 비가 오는 날에는 방에 누워 영화를 보기도 했답니다.

TIP 02 아이들과 여행 시 꼭 준비해야 할 리스트

비상약

아이들이 낯선 여행지에서 아픈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죠.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 소아과에 들려 아이들이 쉽게 걸릴 수 있는 감기나 배탈 등의 약을 미리 처방 받았습니다. 막상 여행지에서는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잘 버텨주었지만 혹시라도 모를 비상시를 대비해 든든하게 준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여행지와 관련된 자료들

짧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나 이동 시간에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나 영상을 준비하면 좋아요. 여행지와 관련된 자료들이라면 더 좋겠죠. 저는 영국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미술관 등과 관련된 아이들 책과 해리포터 등의 영화를 다운받아서 아이들이 심심해 할 때 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무전기

혹시나 아이들을 잃어버릴 것을 염려해서 100m 이내에서 연락 가능한 무전기를 준비해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를 잃어버렸을 경우,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무전기를 켜 연락하는 것을 연습시켰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한국 음식

무겁지 않고 부피가 크지 않은 한국 음식을 준비해가면 좋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카레 가루, 짜장 가루, 즉석 미역국, 김치 통조림 등을 준비해 갔는데요. 덕분에 외국 음식으로 인한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답니다.

TIP 03 머무를 집, 어떻게 구하죠?

엄마와 아이들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로 집을 구할 때 가격이 비싼 편이어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동네를 주로 알아봤습니다. 인기 있는 숙소는 빨리 예약이 되기 때문에 일찍 알아보는 것이 좋답니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동네를 알아봤다면 그 다음으로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좋아요. 아이들과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면 집에 돌아올 때 지칠 때가 많은데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바로 집으로 들어오면 아이들도 엄마도 한결 편합니다. 또 몇 주간 머물기 때문에 취사나 빨래가 가능한 곳인지, 높은 층이라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인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후기가 있는 곳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집들은 실제로 실패할 확률도 적습니다.

TIP 04 아빠 없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던 비결

처음에는 아빠 없이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그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조심하면 잘 지낼 수 있답니다. 우선 늦은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은 피하는 것! 이것만 잘 지켜도 특별히 큰 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또, 유럽에는 소매치기가 많기 때문에 항상 소지품 관리에 신경 쓰고 어디에서든 내 짐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있던 습관처럼 카페에서 잠시 가방이나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저는 어떤 도시든 처음 가면 한국인 가이드가 진행하는 현지투어를 신청했습니다. 현지 가이드의 생생한 설명을 통해 현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요. 가이드에게 엄마 혼자 아이들과 여행을 왔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라”고 해주셔서 참으로 든든하고 감사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답니다.

런던 & 파리, 아이들과 이곳만은 꼭

1런던 내셔널갤러리와 루브르 박물관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도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박물관에서 다양한 전시품을 보는 것이 가능할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야 호기심에 슬쩍 보겠지만 그 큰 곳을 투정부리지 않고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죠. 처음에는 제 걱정대로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변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을 직접 보니 아이들도 점점 마음의 문이 열렸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모나리자를 보고 싶어 스스로 지도를 들고 찾아다니기도 하고 매일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아이들이 되었답니다.

2세인트제임스 파크

버킹엄 궁전 앞에 있는 공원에는 커다란 호수와 커다란 나무들 그리고 누구든 쉬어갈 수 있게 만든 벤치가 가득했습니다. 또, 다양한 새들과 청솔모가 사람들과 뒤섞여 자유롭게 살고 있었죠. 아이들은 아침마다 이 공원에 들러 실컷 땀 흘리며 뛰어 놀았고요. 집에서 챙겨온 아몬드나 호두를 청솔모에게 먹이로 주며 놀았습니다. 그냥 자연에서 특별한 장난감 없이 몸으로 뛰어 놀았던 그곳이 제일 좋았다고, 아이들은 지금도 종종 이야기합니다.

3파리 자연사박물관

박물관이 이렇게 멋있을 수 있는 곳인지 처음으로 알게 해준 곳입니다. 역시 예술의 도시 파리답게 박물관도 멋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져 있더라고요. 어두운 박물관에 박제된 동물들이 어디론가 떠나듯 줄을 지어 가게 만든 전시는 지금 생각해도 장관이었습니다. 또 프랑스 학생들이 박물관에서 자유롭게 앉아 스케치도 하고 설명도 듣고 하는 모습을 보니 참 부러웠어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몽쥬약국 근처에 있기 때문에 쇼핑 할 겸 꼭 한번은 들러보길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비수기에 여행을 떠나려면 아이들의 학기 중에 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고민되었지만 학교를 한 달 빠진다고 아이들에게 크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인생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 한 달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잖아요. 이 시간에 엄마와 온전히 여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답니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시험 때문에, 학원 때문에 여행을 망설이신다면 당장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 가족과의 추억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