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위로로 일상을 채워요”
끼니를 챙긴다는 건 곧 나를 챙긴다는 말이 있죠.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여유, 넉넉한 한 그릇이 큰 힘이 되기도 하거든요. 여기 평범한 식탁을 특별하게 바꿔줄 다양한 레시피를 전하는 이가 있습니다. 익숙한 재료에 새로운 아이디어 한 꼬집을 더해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요리연구가 메종드율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Interview
안녕하세요. 메종드율 대표 (임보연)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맛있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는 슬로건으로, 식품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메종드율(MAISON DE YUL) 대표 임보연입니다. 메종드율은 가족들과 늘 집에서 만들어 먹던 소스와 드레싱을 소소하게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딸 유리의 이름을 따 프랑스어로 ‘유리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짓게 되었죠. 아울러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건강하고 맛있는 집밥 레시피를 나누며 많은 분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요리 세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요리와 인연을 맺은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마케팅 관련 일을 했었는데요.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직장을 그만두게 됐어요. 육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아이에게 더 건강하고 맛있는 집밥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 키우는 집은 다 아시겠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음식을 하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생명이에요. 저는 소스류를 미리 만들어두고 그때그때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창 플리마켓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서 만든 소스를 판매해 봤어요. 처음에는 매출도 소소했고, 찾아오는 분들도 적었는데요. SNS를 통해 요리 과정과 레시피를 함께 나누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분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이후 규모가 점점 큰 마켓에도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메종드율이 벌써 10주년을 맞이하는데요. 이렇게 되돌아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지네요. (웃음)
일본 가정식 레시피가 담긴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메종드율의 맛있는 집밥 이야기> 책 소개 부탁드려요!
코로나 전에는 꾸준히 일본 가정식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때부터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집밥 레시피를 하나둘 모아두었죠. 우연한 기회로 출판사와 연이 닿아 레시피 책을 발간할 수 있었습니다. 쿠킹 클래스에서 인기가 좋았던 메뉴 위주로 내용을 꾸렸더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부터 든든한 솥밥, 브런치 메뉴까지 67가지 레시피를 담았답니다!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실 때 어떤 방법으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같은 ‘노트’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유학 시절 끄적였던 오래된 노트인데요. 6년 정도 자취를 하면서 다양한 책, TV 요리 프로그램, 친구와 친구 어머님께 배운 요리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요. 가끔 새로운 영감이 필요할 때 이 노트를 꺼내 보곤 합니다. 당시에는 큰 의미 없이 적었던 짧은 문구 하나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외식할 때 섬세하게 음식을 대하는 편이에요. 어떤 재료를 써서 맛을 냈는지, 플레이팅은 어떻게 했는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식사합니다. 집에 와서 비슷한 맛을 내려고 여러 번 시도해 보기도 하고요. (웃음) 마트에서 제철 재료를 보면서 레시피의 방향성을 정할 때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일상 곳곳에 요리의 영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여름철에 먹기 좋은 음식과 레시피를 소개해 주세요.
덥고 습한 요즘, 딱 떠오르는 시원한 요리가 있는데요. 이맘때 자주 해 먹는 여름철 냉국수입니다. 시원한 얼음 장국에 소면을 찍어 먹는 요리인데, 일본식 소바와 비슷하지만 메밀면보다 쫄깃한 밀가루 면이 매력적이에요. 만들기도 어렵지 않으니 한 번쯤 만들어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준비물 : 쯔유, 물, 쪽파, 채 썬 오이, 다진 청양고추, 깨소금, 레몬 한 조각, 와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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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유 1 : 얼음물 2 비율 또는 개인의 기호에 맞춰 장국을 만든다.
Tip. 차가운 물에 담가진 소면을 건져 찍어 먹는 음식으로, 간은 살짝 짜게 맞추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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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 채 썬 오이, 다진 청양고추, 깨소금, 레몬 한 조각, 와사비를 준비한다.
Tip.고명 중 청양고추, 쪽파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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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면을 삶은 뒤 찬물로 씻어낸다. 이후 소면을 얼음물에 담가 레몬 한 조각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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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에 고명을 조금씩 넣고, 소면을 건져 찍어 먹는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음식 플레이팅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죠!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손과 눈이 가는 법. 옷을 고를 때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추는 것처럼 음식 플레이팅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상황과 분위기, 계절, 함께할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릇과 소품들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이건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인데, 초대한 손님의 이름이 적힌 카드나 준비한 음식이 적힌 메뉴판 카드를 만들어 테이블에 쓱 올려보세요! 종이 한 장으로도 마치 파인다이닝에 온 것 같은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거든요.

드라마* 속 푸드 스타일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처음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기 전엔 ‘배우 분들 볼 수 있겠다!’라는 설렘으로 가득했는데요.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진지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루어져서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일에만 완전히 몰두하게 되더라고요. 드라마는 한 신(SCENE)을 찍을 때 다양하게 여러 각도로 서너 번 찍기 때문에 음식을 최대한 많이 준비해야 하거든요. 또, 장면이 이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앞 장면과 동일하게 세팅을 보충해야 해요. 그릇, 조리도구, 소품 등 모두 준비해 가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드라마가 나오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끝날 때 자막에 제 이름 찾는 재미도 있고요. (웃음)
비밀의 숲, 법대로 사랑하라,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

평생 1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어떤 음식을 드실 건가요?
1초의 고민도 없이 ‘스키야키*’입니다. 특별한 추억이 있는 요리라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벌써 2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인데요. 여유롭지 않던 일본 유학 시절에 질 좋은 소고기를 먹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은 친구가 집에 초대해서 가보니 어머니께서 관서풍(오사카식) 스키야키를 해주셨어요. 따스한 손맛이 더해져서인지 그날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스키야키 : 고기와 채소를 간장 기반의 국물에 담가 끓여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
요리에서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재료, 레시피, 손맛 등 다양한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죠. 가장 중요한 걸 꼽아본다면 역시 ‘간’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늘 ‘음식은 간’이라는 말을 하세요. 저도 그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간이 안 맞으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대표님이 품고 계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목표는 언제나 그랬듯이 현상 유지입니다. 누군가는 “목표라고 하기에 너무 소박한 것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 민감하게 살피고, 그에 맞춰 꾸준히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남은 올해도 무탈하게, 무던하게 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웃음)
“식탁에 올라올 맛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직업이다”

바쁜 일상 속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정성스레 차린 나만의 식탁이 소중한 오늘을 기억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거든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여러분의 식탁에 작은 기쁨과 영감을 더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