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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된장녀와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
작성일 2014-04-02 조회수 7346

[ 소비자칼럼 574 ]

된장녀와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

글 / 강병모 한국소비자원 조정2팀 · 소비자학박사

2000년도쯤에 된장녀라는 말이 등장하여 유행했습니다. 된장녀는 자신의 소득이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소비자를 냉소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물론 된장남도 있습니다.

이들은 점심으로 2천 원짜리 도시락이나 라면을 먹으면서도, 4~5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거나 수십만 원 또는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구입합니다. 일상 용품을 구입하는 비용을 절약하여 모은 돈을, 특정 품목 한두 개를 구입하는데 일거에 쏟아 붓습니다. 부자와 빈자의 소비가 양극화하는 것처럼, 개인 소비도 양극화하여 한두 분야는 호사롭게, 다른 분야는 궁색하게 소비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경제 능력에 맞게 적당한 가격의 점심을 먹고 가방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고 배웠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 특히 늘 부족하게 마련인 한정된 금전을 소비생활에 골고루 할당한다는 뜻도 포함합니다. 그러므로 한두 분야나 일시적으로 호사로운 소비를 위하여 다른 품목이나 오랜 기간의 쪼들린 소비는, 합리적인 소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근사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비싼 명품을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합니다. 나는 돈이 부족한데 다른 사람이 명품으로 치장한 걸 보면 기가 죽고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남들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나만 비닐 가방이라면 상처받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른 분야의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여서라도 한두 개의 명품에 돈을 몰아 쓰는 rocketing 또는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 소비를 합니다. 일점호화주의라는 말을 만든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는, “자기 존재 중에 쏟아 부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한 점(一點)을 골라 경제력을 집중해라. 스포츠카를 사려고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좁은 방에서 생활한다든지, 나흘째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풀코스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사흘 동안 분식으로 끼니를 때우라.”고까지 말합니다.

rocketing 혹은 일점호화주의 소비는 자신에게 호사품을 선물하면서 행복해하는 소비입니다. 쇼핑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쇼핑 요법(retail therapy)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에 파산 직전의 구찌를 부흥시킨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는 “옷 하나로 살맛이 날 수도 있고, 이 구두 하나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 사람 사는 데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한두 개의 명품에 큰돈을 지출하지만 행복과 만족을 얻고, 거기에 부여하는 가치가 금전 가치를 넘어선다면 합리적인 소비일 수 있습니다.

다른 소비 분야의 지출을 줄여 일점(一點) 호사품을 소비하는 행위를 무조건 비합리적인 소비라고 비난하는 것은 섣부른 단정일 수 있습니다. 단지 비싼 커피를 마시거나 수입 명품을 구입한다고 하여 된장 소비자라고 비하하는 것은 일방적인 잣대에 의한 평가입니다. 소비로 자신을 과시하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소비자에게, 제 분수를 넘는 소비를 하지 말라는 비난조의 억제적 권유는, 그리스인 조르바(Zorba)의 말처럼 공작의 깃털을 뽑아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소비자는 비록 돈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한두 개쯤의 명품으로 치장하고 뽐낼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럴 수 있어야 또 그래야 인생이 더 살맛 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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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담당 : 소비자원(휴직) 김혜린 ( / wkqchkhr@k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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